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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중앙교회와 외부 지원자 분들이 함께 도우시는 해외선교, 지교회, 기관 등에 대한 현지 소식과 상황 그리고 매스미디어의 보도 자료등을 취합하여 생생하게 전달해 드리고 또한 함께 기도하고 격려하는 공간입니다.


김해성 희망편지 23.담배꽁초 줍는 노인 2012-04-25 22:34:22
kch2006
노인께서 담배꽁초를 줍습니다.
굽은 허리로 절룩거리며 걷긴 해도
노숙자나 알코올 중독자는 아닙니다.
담배를 피우려고 꽁초를 줍는 것도 아닙니다.
중국동포 노인이 꽁초를 줍기 시작한 게 4~5년은 된 것 같습니다.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돈을 받는 것도 아닙니다.
들통과 집게를 챙겨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시로 출동합니다.

쉼터에 있는 동포들과 병원을 찾아오거나 상담하러 온 동포들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다 꽁초를 아무데나 던져 민원이 발생합니다.
주변 아파트 주민들이 쫓아와 항의하는 일이 종종 벌어집니다.
동포들에게 금연도 권해보고 벽보도 부착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민원과 항의가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노인이 꽁초를 줍기 시작한 뒤부터 그렇게 된 것입니다.
이미 버려진 꽁초나 쓰레기를 주워 담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이들에게는 점잖이 훈계합니다.
저희 쉼터에서 올해로 8년째 생활하고 있는 노인께
왜? 담배꽁초를 줍는지 여쭈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오고 갈 데 없는 몸을 거두어준 은혜에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담배꽁초 줍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몸이 불편하지 않으면 돈을 벌어서
보태고 싶지만 그게 어려워서 작은 일이라도 봉사하고 싶었습니다."

노인께서는 동포들의 예배시간이면 빠지지 않습니다.
예배시간에는 집게 대신 하모니카를 차고 출동하십니다.
중국동포들이 아주 잘 알고 있는 고향 노래들을 연주합니다.
빠진 앞니를 드러내며 부는 하모니카 연주에 흥이 돋습니다.
그러면 예배당 의자에 앉은 동포들이 따라서 노래를 부릅니다.
어깨춤으로 장단을 거들다가 드디어 참지 못하는 분들이 일어납니다.
한두 사람이 자리에서 춤을 추다가 몇 십 명이 강단까지 나와 춤춥니다.
역시 우리는 가무에 능한 민족,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는 한민족입니다.

이래도 웃고 저래도 웃기에 몰랐습니다.
그런데 노인에겐 감춰진 아픔이 있었습니다.
2002년 3개월 친척방문 비자로 한국에 온 노인은 건설현장에서 일하다가
2층에서 추락하는 산재를 당했지만 불법체류자라서 쫓겨날까봐 감췄습니다.
결국 척추와 관절 장애인이 돼 지구촌쉼터에까지 오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구정에 뇌출혈로 쓰러진 중국의 아내가 숨졌다는 비보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불법체류자이기에 중국에 갈 수 없어 장례식에도 참석치 못했습니다.
아버지의 조국인 한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살면서 몸도 맘도 불구가 됐습니다.
오십 평생 함께했던 아내의 마지막 길조차 배웅하지 못했다며 눈물 흘리시네요.

노인의 고향은 경북 영천시 임고면 황강리라고 했습니다.
고향에서 인물이었다는 부친은 일제 강점기에 만주로 이주했습니다.
그런데 많이 배운 게 죄가 되어 모택동 문화혁명 때 고초를 겪었습니다.
홍위병들이 아버지에게 고깔모자를 씌우고 족쇄를 채워서 끌고 다녔습니다.
부친은 끝내 '고향에 가보고 싶다!'는 한 맺힌 유언을 남기고 눈을 감았습니다.
중국의 생산소대에서 농산물 배달 일을 했다는 노인은 아버님의 한을 쫓아서
경북 영천을 찾아가 사촌누님들, 육촌형님들을 만나 혈육의 정을 나누었습니다.

"조카에게 부담이 될까봐 찾아가지 않았습니다."

노인께서는 한국에 높은 조카가 있다며 흐뭇해합니다.
그 조카의 아버지가 자신에겐 사촌형이라는 것입니다.
2002년 입국 당시 국회의원인 조카의 집을 방문했습니다.
그 조카가 할아버지(노인의 아버님) 제사를 모시고 있었습니다.
중국에선 조상 제사를 지낼 수 없었기에 너무 고마웠습니다.
그 후 조카는 더 큰 정치인이 됐지만 삼촌은 불법체류자로 전락했고
혹여나 정치인인 조카에게 불이익이 갈까봐 연락도 하지 못했습니다.

불법체류자라는 이유 때문에 아내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습니다.
산업재해로 척추와 관절에 장애가 입고도 한 푼도 보상받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한이 아니라 한민족의 비극이고, 디아스포라의 아픔입니다.
노인의 한과 비극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기 위해 탄원서를 써드렸습니다.
서류를 갖춰 출입국에 신청을 했더니 마침내 체류허가증이 나왔습니다.
2011년 11월 3일부터 2014년 10월 4일까지는 합법체류자가 된 것입니다.

"이것만 있었어도 집 사람이 세상을 떠났을 때 갈 수 있었을 텐데···."

드디어 체류허가증을 받아든 노인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합법체류자가 됐으니 벌금 물지 않고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없는 중국으로 돌아가는 게 쓸쓸해서 싫다고 합니다.
지구촌쉼터에서 지내며 담배꽁초 줍는 사명을 감당하겠다고 합니다.
자식의 짐으로 사는 것보다 가리봉 동포들과 함께 살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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